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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영장기각 판사를 걱정한 3성 장군의 유서

[사설]

이재수(60.육군중장 예편)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7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소재 오피스텔 13층에서 투신해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재수 전 사령관은 지난 3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가각되는 고비를 넘겼다.

그럼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검찰의 이른바 표적수사는 끝내 구속으로 귀결된다는 압박감과 명예실추의 모멸감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 11월 27일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을 사찰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한 점 부끄럼 없는 임무 수행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위한 법원 출두 당시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불법사찰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는 말이 있다. 그게 지금 제 생각"이라고 답해 자포자기의 심중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당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증거 인멸의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현시점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결정"이라면서 "부하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지시를 통해 불법행위를 실행하도록 주도한 책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정의에 반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 나흘 뒤인 이날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간다. 모두에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됨으로서 검찰의 별건수사(표적수사) 논란이 또다시 점화됐다. 검찰에 찍히면 구속이라는 공포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이날 투신 직후 오피스텔 1층 로비에서 심장박동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국립경찰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병원 도착 20여 분 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이 벗어 놓은 외투에서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되었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남긴 자필 유서에는 첫째로 "우리 군(軍)과 기무사는 세월호 유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일 했다"고 썼다. 둘째로 "이 일로 인하여 우리 부하들이 모두 선처되었으면 한다"고 꼽았다. 그리고 셋째로는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부당한 처우가 없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영장기각 판결을 내린 판사의 신변을 걱정했다는데 눈길이 끌린다. 네 번째로 "(나를 수사한)검찰에게도 미안하다"는 마무리도 의미심장하다.보듯이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법원을 거세게 압박했다는 정황에서 구속영장 재청구가 염두에 맴돌았을 것이다. 영장을 기각한 판사의 신변까지 염려할 정도라면 검찰의 서릿발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감이 잡힐 정도다.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부하들의 선처를 호소하였다는데서 그의 인간적 고뇌를 잃을 수 있어 더욱 안타깝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세월호 해난사고의 연관성에 대한 끈질긴 추적이 이재수 전 사령관을 주검에 이르게 하지는 안았는가? 불구속수사와 무죄추정원칙도 지금 이 나라에는 법전속의 한낱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신조어도 떠돈다.

유독 문재인 정권에서 구속은 곧 유죄라는 전근대적 수사관행과 판결이 잦다는 것이 저변의 무의식적 인식이기도 하다. 이재수 전 사령관의 아까운 주검에서 얽히고설킨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여성신문(womenisnews@hanmail.net)

2018-12-07 오후 11:27:49, HIT :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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